끝나지 않을 것 같던 비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날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 작은 할머니 집
그곳에 널 두고 왔다.
온갖 물음과 불안함에 가득한 너의 두 눈
울먹임을 애써 참는 너의 작은 주먹을 외면할 수 없어
네가 잠든 한밤중 난 도시로 도망쳤다.
내일이 안보이는 하루벌이 인생
그마저도 쉽지 않아 술로 마음을 달래는 날이 수일
그래도 널 생각하면 가만 못 있어
상한 몸 이끌고 난 다시 새벽 인력시장으로 나간다.
기계 부속같은 무거운 움직임 속에
문득 너의 얼굴이 떠오르면
내 마음 추스르기 이리 힘든지
너에게 달려갈 수 없는 내 약함 그리고 비겁함을 용서하지 말거라.
부탁하니 절대 나와 같은 삶을 살지 말거라.
"가지 마, 가지 마, 아빠 가지 마."
"같이 살면 안 돼? 아빠 갈이 살아."
"안 돼. 같이 못 살아. 아빠 가서 일해야 돼."
"그 대신 다음에 올 땐 더 맛있는 거 사 갖고 올게."
'미안하다. 내 아이 정말 미안하다. 이 아빠가 정말 미안하다.'
「영화 '왕초와 용가리'의 한 장면이 마음에 남아… 나 또한 한 아이의 아빠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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