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들리는 귀찮은 소리. 그냥 무시하고 자려하지만, 반복적으로 울리며 나를 흔든다.
애써 무시하고자 얼굴을 베개 속에 파묻는데, 옆 자리에서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
순간 일어나 알람을 끄고 아기를 달래어 다시 잠들게 한다. 나를 깨워야 할 알람이 아들을 먼저 깨우고 만 것이다.
핸드폰을 통해 시간을 확인하니 6시 40분. 아, 일어나야 하는구나. 그런데 몸이 참 무겁다.
덜 깬 눈을 비비며 조용히 몸을 일으킨다.
방을 나오며 뒤를 돌아 바라보니, 아직 엄마와 아기는 자고 있다. 밤 새 아기가 깨면 달래느라 피곤했을 거다.
화장실에 들어가 양치를 대충하고, 면도를 조심히 한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다.
거실로 나와 머리를 말리고 있자니 나리(우리 집 개 이름)가 다가와 나를 쳐다본다.
전날 옷걸이에 대충 걸어두었던 남방이며, 바지를 주섬주섬 주워 입는다.
이제 봄이지만 아직 창밖은 어슴푸레하다. 그리고 아직 쌀쌀하다. 가방을 챙기고 문을 나서려는데 나리가 간식을 달라고 난리다.
외출하기 전 간식을 주는 것은 일상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피곤한 날에 나리의 요구에 응해주는 것은 또 하나의 피곤함일 뿐이다.
바쁜 걸음으로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데, 어디선가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모두가 바쁜 걸음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버스정류장으로 오고, 그곳에서 저마다의 버스에 올라탄다. 나도 내가 타야할 버스에 올라탄다.
오늘도 역시나 만원버스. 제대로 서있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은데,
매 정류장에선 사람들이 내리기는커녕 계속 올라타기만 하는 거 같다. 매일 같은 일상이지만 쉽게 적응이 안 된다.
이 상황에서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가끔 경이롭기까지 하다.
센터에 도착하니 8시 20분 경. 이미 센터에는 주간운영 실무자가 출근해 센터개방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나 또한 근무복을 챙겨 입고, PC의 전원을 켠다. 자활근로 출석부와 청소용품 등을 챙겨 지하식당으로 부지런히 내려간다.
센터 청소팀(자활근로) 선생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출석체크를 하고, 당일 전달할 사항들을 고지한다.
그리고 센터 청소 시작. 이렇게 센터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한다. 어제까지는 3월 자활근로 참여자 급여지급을 위한 업무로 정말 정신없이 바쁜 하루였다.
그리고 오늘은 2분기 사업비 신청을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비 신청 공문에 첨부해야할 문서만 5가지.
이중 한 가지만 얘기하자면 1분기 자활근로참여자 현황 및 지급명세서 항목이 있다. 1분기 참여인원이 400명이 넘는다.
한숨만 나온다. 이 와중에 자활근로 및 기타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분들이 계속 방문하여 상담을 요청한다.
상담 시간이 길어지면서 애가 타기 시작한다. 오늘까지 사업비 신청을 마무리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담을 위해 방문한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상담시간과 횟수가 늘어나면서 내 목소리의 날카로워짐이 느껴진다.
수 시간의 작업 후에 사업비 신청서를 완성하여 결재를 올린다. 그런데 갑자기 사무실 인터넷이 먹통이 된다.
이런… 용산구청으로 신청서를 보내야하는데, 정말 난감한 상황. 맥이 풀린다. 나로써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랄까.
정면의 창밖을 바라본다. 이제는 파란색을 기대할 수 없는 하늘이 있다. 하지만 그 하늘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본다. 각자 자기만의 생각과 습관에 잠겨들 있다. 창밖에 있는 하늘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딱히 소변이 마렵다거나 한 것은 아니나 소변을 본다. 그리고 손을 씻는다. 그리고 습관처럼 거울을 보려하다 멈춘다.
문 밖으로 나가는데 아저씨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서기센터 소식지 2015년 4월호에 실었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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